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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안 인터뷰:

교사보수 과다지급 환수 소송,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대구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지난달 31일, 교사들이 제기한 ‘교사채무부존재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호봉 획정에 중대·명백한 오류가 있을 경우, 지방재정법상 소멸시효 5년이 지난 부분은 반환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그간 교육청이 10년 이상 지난 급여까지도 일괄적으로 환수해 온 관행에 법적 제동을 건 판결이다. 이 사안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대응해 온 대구교사노동조합 서모세 위원장 권한대행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이보미 위원장을 만나보았다.


대구 서모세 대행 사진

🔹행정착오와 책임전가

1. 대구교육청을 상대로 진행한 2심에서 교사 측이 승소했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부당했던 건가요?
서모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 권한대행) : 가장 큰 문제는 교육청이 행정착오로 인해 과다 지급된 임금을, 10년 넘게 거슬러 올라가 전액 환수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현행 지방재정법 제82조 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금전채권 소멸시효를 5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5년을 넘긴 급여에 대해선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 는 뜻이죠. 그런데도 대구교육청은 “호봉이 잘못 책정됐다”는 이유만으로 10년, 15년 전 임금까지 일괄 환수해 왔습니다.
교사는 ‘그냥 정해준 대로 급여를 받아온 것’뿐인데, 갑자기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가까운 금액을 돌려달라는 통보를 받는 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행정 폭력입니다. 실제로 저희 노조에 상담을 요청한 교사 중 한 분은, 군 경력과 대학 경력이 과거에는 별도로 인정되었다가, 뒤늦게 ‘중복된다’며 1억 원 가까운 환수 통보를 받았습니다. 교육청이 과거에 승인해 놓고 수십 년 뒤에 ‘이제 와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정상적인 행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구 기지회견 사진
2. 대구교사노조는 어떻게 이 소송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서모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 권한대행) : 처음에는 한 교사가 노조로 연락을 주셨습니다.
“아무런 실수도 없는데 갑자기 10년 치 급여를 돌려달라고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사안이 20~30명 정도로 수가 많았습니다. 알고 보니 학교업무 지원센터에서 교감의 업무인 호봉획정을 업무를 가져가게 되었고, 지원센터에서 호봉재획정을 하는 과정에서 다수 교사의 잘못된 호봉 획정이 문제가 되어 노조로 연락이 많이 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호봉정정을 하게 되면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에 따랐을 때, ‘급여정산도 호봉발령일자로 소급하여 정산한다.’는 규정에 의거하여 전기간 환수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많은 수의 교사와 공무원이 법이 정한 시효(5년)를 넘겨 환수 조치를 당하고 있었고, 초과 지급된 임금은 매달 수만~수십만 원씩 누적된 것인데, 이를 일시에 10년 치 합산하면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경제적 폭탄’이 됩니다. 법원도 이 부분을 지적하며 노조에서 진행한 1심 판결에서 “교사 개인에게 예측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한다”고 합리적이지 않음을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교사에게 책임이 있다기 보다는 상위법에 소멸시효가 있음에도 이를 적용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전기간 급여 환수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문제를 개별 교사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제도 차원의 문제라고 판단했고, 단체 소송을 결정했습니다.

연맹 이보미 위원장 사진

3. 법에 소멸시효가 명시돼 있는데, 교육청은 그동안 왜 이를 지키지 않았던 건가요? 이 관행이 교사에게만 적용된 것인가요?
이보미 (교사노조연맹 위원장): 그렇지 않습니다. 이 관행은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공무원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진 문제였습니다. 교육청뿐 아니라 여러 행정기관들이 인사혁신처의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을 근거로, 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된 채 수년 치 급여를 환수하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 개인들은 갑작스러운 거액의 환수 통보를 받고도, “법적으로 다투려면 소송을 직접 하라”는 말 외에는 보호 장치가 없었습니다. 이번 대구고법 판결의 핵심은 바로 이 지점을 바로잡았다는 데 있습니다. 법원은 중대하고 명백한 행정상의 오류는 급여를 지급할 때부터 무효이며, 5년의 소멸시효도 적용해야 함을 명시했습니다. 이제 공직사회 전체에서 과거처럼 시효를 무시한 전액 환수 관행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게 된 겁니다.

4. 이번 판결이 전국적으로 어떤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십니까?
이보미 (교사노조연맹 위원장): 이번 판결은 단순히 대구지역 문제를 넘어 전국 교육청과 행정청 전체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탄이라고 봅니다. 첫째, 전 기간 환수 관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이제는 지방재정법 5년 소멸시효가 명확히 적용된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한 만큼, 교육청이 10년·15년 전 급여까지 환수하는 관행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둘째, 행정의 책임론이 강화될 것입니다. 그동안 행정 실수는 ‘개인의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행정의 실수는 행정이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세웠습니다.
셋째, 국가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교육부·인사혁신처·행안부 등은 더 이상 기존 지침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호봉정정 시 초과 지급액은 전액 소급한다”는 구식 지침은 이번 판결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넷째, 공무원 전체에게 긍정적 영향이 확대됩니다. 이 판결은 교사뿐 아니라 지방공무원·국가공무원 등 모든 공직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억울한 환수로 고통받았던 수만 명의 공무원에게 법적·제도적 보호막이 생긴 셈입니다.

⛓️‍💥악습의 고리를 끊으려면

5. 제도 개선을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이보미 (교사노조연맹 위원장): 교사노조연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세 가지를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① 지방재정법 제82조 1항의 5년 소멸시효 원칙 즉각 준수
🟥교육청의 행정착오로 생긴 문제를 교사에게 전가하는 관행을 중단해야 합니다.
이미 법원이 반복해서 확인해 준 원칙입니다.
“법보다 지침이 우선한다”는 현재 관행은 법치주의에 반합니다.
② 행정 오류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오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호봉 재획정 시 규정 오해 또는 입력 오류, 정기승급일 오입력 등 기본 행정착오.
이런 오류가 반복되는 것은 관리·감독 부실의 결과입니다. 단순히 ‘사후 환수’로 처리할 게 아니라, ✔ 정기 점검 체계, ✔ 입력 검증 시스템, ✔ 오류 발생 시 즉각 조치 체계 등을 구조적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③ 인사혁신처·교육부의 낡은 지침 전면 개정
🟥“호봉정정 시 초과액은 전액 환수”라는 지침은 이미 시대착오적입니다.
법원이 위법이라고 판단한 지침을 방치하는 것은 사법부 판단을 무시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지침 개정은 단순한 행정조정이 아닙니다. 공무원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급여를 받을 권리에 관한 문제입니다. 교사노조연맹은 제도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때까지 정부와 교육청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입니다.

인사혁신처 전달 사진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제도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때까지 정부와 교육청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교사노조연맹은 지난 11월 20일, 세종 인사혁신처 앞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무원노동조힙연맹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위와 같은 내용을 인사혁신처에 전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