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는 말
스웨덴의 교사 출신 국회의원 올레 토렐(Olle Törrell)은 한국 교사노동조합연맹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 교육계가 직면한 뜨거운 화두인 ‘교원의 정치기본권’에 대하여 단호한 메시지를 던졌다.
올레 토렐 의원은 17년 이상 교사로 일한 뒤 국회에 입성해 20년간 의정 활동을 이어온 정치인이자 교육자다. 그는 강연에서 “교사는 시민이며,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손해”라고 강조했다.
스웨덴에서 교사는 정치활동을 금지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약 10%의 국회의원이 교사 출신일 정도로 적극적인 참여가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스웨덴은 어떻게 정치활동 보장과 교실 내 객관성을 함께 유지하고 있을까? 그리고 한국에 던지는 조언은 무엇인가?
※ 2025년 10월 28일 교사노동조합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올레토렐 의원의 강연을 바탕으로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교사노조: 스웨덴에서는 교사의 정치 참여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올레토렐 의원: 교사도 시민이기 때문입니다. 교사도 사회 구성원이며,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의 정치적 권리를 인정할 때 완성됩니다.
저는 오랫동안 교사로 일했고, 국회의원으로도 20년간 일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정치는 특정 직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이라는 점입니다. 교사도 민주주의의 시민이기 때문에 정치 참여가 가능해야 합니다. 스웨덴에서는 이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교사는 복잡한 주제를 쉽게 설명하는 능력,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능력, 갈등을 조정하고 아이들의 성장을 도와온 경험 등을 갖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정치는 어려운 것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일입니다. 저는 “정치는 설명의 예술이며, 학생들과 대화하듯 시민들과 대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는 교사에게 매우 익숙한 역할입니다.
스웨덴 국회에는 약 40명, 그러니까 입법자의 10% 정도가 교사 출신입니다. 이 많은 교사 출신 의원들은 교육 정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책분야에서 일합니다.
저 역시 교사 생활을 17~18년 하고 국회에 들어갔고, 교육만 바꾸려고 정치에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평등, 반차별, 평화, 국제협력, 더 공정한 사회 전체를 바꾸고 싶어서 정치에 참여했습니다. 교사를 정치에서 배제하면, 사회는 이런 역량을 가진 훌륭한 인재들을 잃게 됩니다.
교사노조: 한국은 교원의 정치기본권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스웨덴은 교사 정치활동과 교실 중립성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있습니까?
올레토렐 의원: 스웨덴의 원칙은 매우 분명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일반적인 관점에서 즉 사회의 객관적 가치관을 통해 시민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교사들은 노동자나 소비자가 아니라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전문가입니다. 학부모를 비롯한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시민을 양성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죠.
'정치활동은 시민으로서의 권리이고, 교실에서의 객관성은 교육 전문가로서의 의무다.'
올레토렐 의원: 저는 교사 시절 지방의회 의원이기도 했는데, 학부모들은 제 정치적 성향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교사들이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지를 정확히 알고, 이를 어기면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도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교사는 절대 교실에서 정치적 선동을 할 수 없습니다. 학생에게 특정 정당을 지지하라고 말하거나 영향을 주려 하면 즉시 교장에게 경고를 받고, 심하면 교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스웨덴 교사들은 이를 “객관성의 의무”라고 부릅니다. 정치적 의견과 전문직 수행을 구분할 수 있다고 믿고, 실제로 그 기준이 매우 강하게 작동합니다. 이것이 바로 스웨덴이 정치 참여와 교실 중립성을 모두 지키는 방식입니다.
또 다른 핵심은 교사를 ‘전문가’로 신뢰하는 문화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뒤에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죠.
교사노조: 거듭 강조하신 ‘신뢰 사회’에 대해 조금 더 부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올레토렐 의원: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의 두드러지는 점들 중 하나는 사회에 대한 신뢰 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스웨덴 사회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신뢰(trust)’입니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나라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시민들이 공공기관을 신뢰한다는 점입니다. 교사나 간호사처럼 공공 서비스를 맡는 직업군에 대한 신뢰도 매우 높지요.
그래서 높은 세율도 부담이라기보다 모두가 함께 드는 ‘공동 보험’이라고 받아들이고, 이런 신뢰 속에서 선거마다 약 85%의 국민이 꾸준히 투표에 참여합니다.
노동자들도 전체의 80~90%가 노조에 가입해 있고, 사회적 갈등이 생기면 파업보다는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습니다.
이 모든 신뢰의 구조가 바로 우리 민주주의의 토양이고, 복지국가와 교육·노동 정책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제도적 기반이 됩니다.
교사노조: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의 정치적 신념을 문제 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올레토렐 의원: 핵심은 전문성에 대한 믿음입니다.
스웨덴에서 교사는 4~5년의 대학 교육을 거쳐야만 하고, 스웨덴 사회는 교사를 신뢰할 수 있는 전문직으로 봅니다. 여기엔 전문직이라면 자신의 의견과 직업적 역할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또한 스웨덴 교육의 기본 철학은 “아이에게 무엇을 생각하라고 가르치지 않고, 어떻게 생각할지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교사는 학생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정치도 종교도 특정 입장을 주입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스웨덴의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생각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라고 가르칩니다. 아이들이 ‘왜 그런 거지?’라고 스스로 물을 수 있도록 비판적 사고를 가르칩니다.
예를 들어 종교 수업을 할 때 “너는 기독교를 믿어야 한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정치도 똑같습니다. 스웨덴의 교사들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사회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어떤 논쟁을 다루건 양측의 입장을 모두 알려줍니다.
교사들은 교실에서 특정 정당을 선전하거나 자신의 개인적 견해가 교육에 영향을 미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런 교실 환경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신호를 줍니다.
"교사는 정치적 신념을 가질 수 있지만, 그 신념을 교실로 가져오지 않는 사람이다."